자각증상 없는 지체
몸의 요긴한 지체들은 자각 증상이 매우 늦게 나타나지만 활동에는 불편함이 있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지체들은 오히려 자각 증상이 매우 빨리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새끼손가락 손톱 밑에 가시 하나가 박히면 그 아픔 때문에 우리는 거의 다른 일을 하지 못합니다. “그까짓 가시 하나” 하고 무시하고 싶어도 그 고통 때문에 견디기가 힘들고, 가시를 조금만 건드려도 온몸이 짜릿할 정도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될 지체들이 있습니다. 위, 심장, 폐, 간, 장 같은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몸에 꼭 필요한 지체들은 웬만해서는 거의 자각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정밀검사를 통해서 초기에 발견되는 경우는 있지만, 자각 증상으로 그것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몸에 꼭 필요한 지체들은 몸의 생존을 위하여 끝까지 자기를 불사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지체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더 이상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 때에 비로소 자기가 힘들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지체들의 정상적인 기능을 100이라고 한다면, 그 기능이 대략 15% 이하로 저하되어야 비로소 자각 증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공동체 안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몸에 있는 지체도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발, 손, 눈, 코, 하나님께서 그 원하시는 대로 지체를 각각 몸에 두신 만큼 모든 지체가 하나같이 중요합니다. 또 몸에서 약해 보이는 지체가 도리어 요긴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몸에서도 그 지체가 병이 들면 온몸이 위험해지는 지체가 있는 것처럼, 공동체 안에도 그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정이든, 직장이든, 교회이든 공동체 안에서도 그 공동체의 존립에 중요한 사람(지체)들은 여간해서는 힘들다는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묵묵히 맡은 자리에서 충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웬만한 어려움이나 고통은 스스로 해결을 해나갑니다. 그러나 그 스트레스가 한계 이상이 되면 서서히 마음이 병들어갑니다. 그래도 여간해서 자각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자각 증상이 없다고 해서 정상인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생명에 요긴한 몸의 지체들이 스스로 회복 기능이 있듯이, 공동체 안에서도 중요한 사람들은 스스로 회복 기능이 있지만 한계를 넘어가게 되면 회복이 힘들어집니다. 몸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건강진단이 필요하듯, 공동체 안에서도 그러한 사람들을 잘 챙겨야합니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자각 증상이 일어났을 때는 이미 공동체를 떠나기로 작정한 경우가 많습니다.
- 가정교회 한국가사원장 이경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