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관용의 공존

by 담임목사 posted Jun 0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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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숙한 사회는 원칙을 중시합니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다 같이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그 원칙 안에서 만들어진 규범 속에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그에 반해서 성숙하지 못한 사회는 원칙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법은 상황에 따라서 변형되고, 변칙이 존재하고 구성원들은 불편을 느끼면서 삽니다. 하지만 성숙치 못한 사회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원칙이 중시되는 성숙한 사회로 탈바꿈해 나갑니다.

 그런데 미성숙한 사회가 성숙한 사회로 진전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바로 경직성입니다.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볼 때 절대 용서하지 못하고 그 사회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숙한 사회는 원칙을 지키지만 동시에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에도 관용하거나 인내할 줄 아는 사회입니다.

 예를 들면 미성숙한 사회는 줄을 서지 않고 있다가 버스가 오면 서로 먼저타려고 아귀다툼을 하는데 반하여 성숙한 사회는 모든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있다가 버스가 오면 다들 편안하게 순서대로 버스에 오릅니다. 이 때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새치기를 하려고 할 때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성숙한 사회의 사람들은 새치기를 보면서도 “뭔가 바쁜 일이 있나 보지,” 하며 넘어가 주는 관용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이 많이 성숙한 사회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러시아워 시간에 고속도로의 병목현상 때문에 많은 차들이 수 킬로미터 씩 서서 조금 씩 조금씩 전진하는데 누군가가 쌩 하고 입구 바로 앞까지 와서 들어가겠다고 깜빡이를 켜면 거의 대부분 양보해 줍니다. 우체국에서 길게 줄을 서 있다가 누군가가 줄을 가로질러 창구에 갔을 때도 창구직원에게 기다리고 있던 그 사람이 “괜찮아요. 그냥 그 사람 먼저 해주세요.” 합니다. 이렇게 원칙과 관용이 함께 공존하는 성숙한 사회는 사람을 행복하게 합니다.

 교회는 더욱 그래야 합니다. 교회도 공동체이기 때문에, 특별히 선한 사명을 공유한 공동체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열심히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교회니까…” 하면서 규칙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규칙이 어겨지는 경우를 볼 때에도, 치유공동체이기에 “뭔가 사정이 있겠지…, 혹은 몰라서 그러려니…” 하며 여유를 보여주는 그런 관용과 원칙이 함께 공존하는 교회여야 하겠습니다. - 휴스톤 서울교회 이수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