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 말라 마리아여

두려워 말라 마리아여

 

 

 

 

 

   사람들은 따집니다. ‘처녀 잉태가 가능한 일인가. 그게 하나님이 운용하는 섭리에 합당한 일인가. 그게 과연 과학적인가.’ 그런 일화가 성서에는 종종 등장합니다. 성경을 읽다가도 어떤 사람은 거기에 막혀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또 어떤 사람은 초자연적 현상에만 매달려 신앙을 기복의 수단으로만 삼기도 합니다.

 

   저는 성경에서 그런 일화를 만날 때 잠시 멈춥니다. 그리고 눈을 감습니다. 왜냐고요? 찾기 위해서입니다. 성경의 초월적 일화 속에 깃들어 있는 메시지를 깨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바다가 둘로 갈라지는 현상보다, 바다가 둘로 갈라지는 뜻에 집중합니다.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건 결국, 거기에 담겨 있는 ‘하늘의 뜻’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마리아의 수태고지 일화와 마주할 때도 그랬습니다. 저는 눈을 감았습니다. 제 안에서 계속 메아리치는 소리는 하나였습니다.

 

   성경에는 간음한 여자를 사람들이 돌로 쳐 죽이는 대목이 나옵니다. 혼전 임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안의 남성들은 임신한 여성을 돌로 쳐 죽이는 게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니 마리아는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요? 수태고지(受胎告知)는 마리아에게 목숨을 걸어야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나타난 천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

 

운명의 폭풍 앞에서 천사 가브리엘이 건네는 한 마디입니다. 마리아를 향한 하늘의 메시지 속에, 저는 우리를 향한 하늘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고 봅니다.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낳으려니,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 아니었을까요. 우리도 그렇게 억장이 무너질 때가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삶의 폭풍 앞에서 무참하게 쪼그라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우리를 향해서도 이 일화는 하늘의 소리를 건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연홍아,” “두려워하지 마라, 용자야.”

 

그렇게 마리아의 이름에, 나의 이름을 대입해 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OO야.” 다시 눈을 감습니다. 혹시 파도 소리가 들리지 않으시나요. 나의 내면으로 깊숙이 밀려오는 본질적 위안의 파도 말입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이사야서 4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