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하거나 약점이 있거나
- 최영기 목사(가정사역원원장)
우리 주위에는 착한 성품과 맑은 영성을 가진 크리스천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사람 중의 하나가 아닙니다. 제 영성은 자연스러운 영성이 아니고, 노력하여 얻어진 영성입니다. 저는 체질적으로 거룩과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저는 담배 연기로 자욱한 방에서, 술 마시면서, 포커 판을 벌일 때 가장 행복했던 사람입니다. 미국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에는 성인잡지 한 가운데 있는 벌거벗은 여성 사진을 뜯어내서 기숙사 벽을 도배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님을 주님으로 영접한 후에 이런 퇴폐적인 욕구가 싹 사라진다고 하는데, 제 경우는 아닙니다. 구원 받은 후에도 계속 이런 욕구와 싸워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목회자들이 죄를 짓고 넘어질 때에 “어쩌면 목사가 그럴 수가 있어!”라고 비난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제가 그런 자리에 있지 않다 뿐이지, 저도 얼마든지 같은 짓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제가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게 될 것 같으면 차라리 제 목숨을 거두어 가십시오.”라는 기도를 종종 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원치도 않는데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제가 죄로 인하여 넘어지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주님의 교회에 엄청난 파괴를 가져올 것입니다.
저는 종종 투정하듯이 하나님께 이런 기도를 드리곤 했습니다. “성품이 착하고, 마음이 깨끗한 사람을 선택하여 신약 교회 회복의 사명을 맡기시지, 왜 저 같이 성격이 못 됐고, 부패한 성품을 가진 사람을 선택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교회를 다쳐 줄 위험 부담을 감수하십니까?”
그런데 이러한 기도를 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쓰시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 아니라 약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약한 사람은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하나님께 의지하지 않을 수 없고, 하나님께 의지했을 때에 ‘하나님 사이즈’의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고후 12:9).
하나님께서 교회를 핍박하던 사울을 불러서 이방인들을 위한 사도로 사용하신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바울은 교회를 핍박했다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사도권을 주장할 수 없었고, 오로지 성령님께 의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