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기적으로 맞이하는 추수감사
두레공동체 김진홍 목사의 글 중 감격스럽게 드렸던 추수감사절 얘기가 있어서 나눕니다. 70년대 중반 청계천 판자촌에서 사역하던 당시 판자촌이 철거되고 남양만 간척지로 집단 이주했을 때 처절한 가난과 싸우던 당시에 맛보았던 은혜로운 추수감사절 이야기입니다.
“간척지 입주에 성공한 우리들은 소금 땅에 모내기를 할 준비를 하였다. 그때 농수산부 장관 명의로 문서가 하나 배달되었다. ‘간척지에는 염분이 너무 높아 영농이 불가능하니 금년에는 파종하지 말라. 파종을 하여 실패해도 정부로서는 책임질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입주민들이 교회에 모여 회의를 열었다. “목사님, 있는 재산 다 털어 이곳으로 왔는데 금년에 농사를 짓지 않으면 무얼 먹고 삽니까?” 이렇게 시작하여 3시간이 넘도록 회의가 이어졌다. 막바지에 한 주민이 말 하였다. “여러분 농사는 하늘이 짓는 것이지 농수산부 장관이 짓는 것입니까? 하나님께 맡기고 지읍시다.”
그러나 막상 모내기를 시작하니 심각한 일이 일어났다. 논바닥의 소금 끼에 모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말라 죽었다. 한두 번 실패할 것은 각오하였던 터라 다시 심었다. 하지만 세 번을 하고 나니 마을에 웃음이 사라졌다. 유일한 해결책은 비가 와서 논의 소금기를 씻어 내려가 주는 것이다. 그러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햇볕이 내려 쪼이니 논바닥의 소금기가 끓어올라 심은 모들이 빨갛게 타 들어갔다. 우리는 사방에서 모를 모아 4번째 심었다. 이번에 살아나지 않으면 모두가 떼거지가 되는 판이었다. 모내기를 마친 후 온 마을 사람들이 집에 들어가지 않고 논둑에서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비를 내려 주세요. 비가 내려 소금기가 씻겨 내려가게 해 주세요. 구름이 햇볕을 막아 모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러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별만 총총하였다. 그래도 우리는 ‘죽기 아니면 살기다’ 하는 심정으로 하늘을 쳐다보며 부르짖었다. 그런데 밤이 깊어지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새벽녘에 소나기로 바뀌었다. 그 때의 감격을 어째 글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비 온다.” 하는 고함소리와 함께 온 마을이 축제 분위기로 휩싸였다. 그렇게 내리기 시작한 비가 일주일간 계속 내렸다. 그동안에 벼가 뿌리를 내리고 씽씽하게 자라게 되더니 풍년이 들었다. 그 해 셋째 주일에 온 마을 사람들이 교회당에 모여 햅쌀로 밥을 짓고, 떡을 빚고, 바다에서 건진 망둥어, 숭어로 매운탕을 끊여 놓고 추수감사 예배를 드렸다. 그 자리에는 믿는 사람, 믿지 않는 사람 구분이 없었다. 예배 후에는 모두들 눈물을 글썽이며 숟가락질을 했다. ‘이 밥이 웬 밥인가? 우리가 지은 밥이 아니다. 하늘이 지어준 밥이다.’ 나는 지금까지 그 해 농사는 하나님이 우리 기도를 들으셔서 허락하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기도는 기적을 일으킨다. 기도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변화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