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 여행

안식년을 맞아 아내와 긴 여행을 하면서 여행은 참으로 인생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몇 가지 나누어 보면, 짐을 가볍게 하고 다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2주간 유럽을 여행할 때는 저도 아내도 기내에 들어가는 작은 가방 하나씩만 가지고 갔는데, 참 편했습니다. 하지만 10월에 한국에 갈 때는 달랐습니다. 베트남에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여름옷들이 필요했고, 돌아와서는 12월까지 한국에 있어야 했기 때문에 겨울옷들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큰 가방이 하나 더 있었는데 정말 여행이 불편했습니다. 거기다 다니면서 짐들이 하나씩 둘씩 늘어나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인생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짐을 가지고 다니는지. 과거의 상처, 분노, 미움, 염려 등을 정리하지 않고 끌고 다니니 인생이 괴롭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짐은 끊임없이 늘어나니 인생이 점점 더 고생입니다. 짐을 정리하고 가볍게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여행은 어디에 가든 조금 익숙해지나 싶으면 떠나야 합니다. 런던에서 3일, 파리에서 3일, 베트남에서, 홍콩에서, 일본에서도 두 도시를 3일씩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지하철은 어떻게 타는 것인지, 어느 방향으로 타야 하는 것인지, 돈은 어떻게 계산하는지 헤매다가, 이제는 위치도 알겠고, 지하철도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타야 하는지, 좀 익숙해지고 알만하면 떠나야 했습니다. 이제는 이곳이 편안해졌으니 여기 계속 남겠다고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편해졌다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그다음의 경험은 없는 것입니다. 학생은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야 하는 것이고, 커리어도 다음 단계로 가야 하는 것이고, 어른으로서 역할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신앙이 그렇습니다. 예수님을 영접했다고, 생명의 삶을 들었다고 그 자리에 남아 있으면 그다음의 경험은 없는 것입니다. 편안함을 딛고 나와서, 새로움을 만나는 것이, 힘이 들어도, 일어나서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다음 여행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도우시는 분의 손길입니다. 런던에 도착했을 때는 밤 11시가 넘었었습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택시를 타야 했는데, 주변 사람에게 어디서 택시에 타야 하느냐고 물으니, ‘이 시간에 택시가 없을 텐데.’ 합니다. 아내는 몹시 피곤한 상태였고, 길은 어두워 방향조차 희미한데, 마침, 켜진 파란불 신호에 길을 건너는데 저쪽에서 택시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늘 그런 식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의 능력만으로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도우시는 분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세상에 손 내밀지 말고, 우리를 도우시는 하나님을 의지하시고, 우리를 위해 증보하시는 예수님의 손길을 잡으시길 바랍니다. 여행은 반드시 끝나는 날이 있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 온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생도 그렇습니다. 이곳의 삶은 결코 영원하지 않습니다. 돌아갈 집이 진정으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이고, 진정한 안식이 있는 곳이라는 그것을 여행 중에도 잊으면 안 될 것입니다.
- 휴스톤 서울교회 이수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