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처지지 마십시오

by 관리자 posted Sep 15,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뒤처지지 마십시오                          

 벌써 30년 전의 일이 되었습니다. 훈련을 받고 부대에 배치되지 마자 동계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훈련 전 날 바로 윗선임이 첫 휴가를 나가게 되었는데 자신의 군화가 너무 낡았다고 제 군화로 바꿔 신고 가버렸습니다. 군화가 맞지 않아 영 불편하더니 훈련 마지막 날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야간 행군 훈련이 있었는데 눈 속에서 군화가 젖은 상태에서 크기까지 맞지 않아 발이 부르트고 뒤꿈치가 벗겨져서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군화 끈을 모조리 풀고 걸어봤지만 역부족입니다. 원하면 행군을 포기하고 구급차로 이동할 수도 있었지만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습니다. 저는 군화를 벗고 맨발로 행군을 했습니다. 이 사실이 부대장에게 알려지고 저는 그 다음 날 포상휴가를 받았습니다.

 그 후 이일이 계기가 되어 “완전무장 10km 구보대회” 선수로 차출이 되었습니다. 가장 빨라야 될 뿐 아니라 20명으로 구성된 선수 중 아무도 낙오하지 말아야 우승하는 대회였습니다. 체력 뿐 아니라 협동심도 보려했던 것 같습니다. 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출발한지 얼마 안 되어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20명의 선수를 지휘하여 선두에 서야할 소대장이 갑자기 체력이 떨어져 뛰기는커녕 걷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우승이 문제가 아니고 탈락위기에 빠진 것입니다. 군대에서 탈락하면 혹독한 얼차려(벌)가 기다리게 됩니다. 방법은 소대장의 짐을 나누는 것 뿐 이었습니다. 자기 몸 하나도 추수르기 어려운 판에 힘든 결정이지만 덕분에 맨몸이 된 소대장은 다시 뛸 수가 있었고 우승을 하고 부대의 영웅이 되어 화려한 휴가를 떠났습니다. 그때 가장 무거운 짐을 나누게 된 저는 그때의 후유증으로 지금도 왼쪽 무릎이 안 좋습니다. 다른 대원들 또한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신앙도 같습니다. 뒤처지면 다른 이들이 힘이 듭니다. 물론 기다려줘야 하고 짐을 나누어 함께 가야합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비슷한 나이의 또래요, 신앙의 연륜이 같아도 사역이나 직분은 뒤처진 사람에게 맡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때부터는 자신은 물론 주위에 부담스러운 존재가 됩니다. 뒤처진 자신은 생각지 않고 섭섭한 마음이 들고, 뭔가 자신이 따돌림 받고 소외되고 있다는 격앙된 감정마저 갖게 됩니다. 그 정도가 되면 신앙적으로 병이 들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와 주변에 상처 주는 사람이 됩니다. 심각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자신과 주변을 위해 뒤처지지 말고 힘써 달리십시오. 그리고 우리도 최대한 기다려주고 격려하며 함께 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