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없으면 의리라도
목자들이 목장 식구들을 향해서 혼잣말처럼 하는 말 가운데 ‘신앙은 없어도 의리는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있습니다. 신앙이 생기는 것은 사람에 따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도 있으므로 기다려줄 수 있지만, 꼭 신앙까지 얘기하지 않아도 도리 상으로 해야 할 것은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인데, 목장 식구들이 뭔가 협조를 안 해 줄 때 속이 상해서 하는 말입니다.
사실 목자들이 목장 사역에서 치루는 희생은 큽니다. VIP가 생기면 마음을 다해서 기도하고 정성을 쏟습니다. 그리고 그 분이 목장에 정착하기까지 혹시나 마음이 상하지나 않을까, 뭔가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지는 않을까 하고 마음을 졸입니다. 그렇게 교회 나오기까지 예수님을 영접하기까지 기도와 정성을 쏟고 마음 써 주고 섬겨줍니다. 그러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희생하고 양보하는 것은 늘 목자 쪽입니다.
부부싸움이라도 하면 목장 식구는 목장에 못 온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목자는 그러지도 못합니다. 아이들 때문에 마음이 상하면 그래도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쪽은 목자입니다. 목장을 열기로 한 가정에 일이 생겨 못하게 되면 목자 가정에서 열어주어야 하고, 목장 식구가 변변히 없을 때에는 자주 목자 집에서 열기 마련입니다. 그런 희생을 치러도 중요한 때 목장 식구가 조금만 협조해주고 힘을 합쳐주면 위로가 되고, 모든 피곤이 다 풀리는 법인데 그럴 때마저도 협조를 안 해 줄 때 ‘신앙이 없으면 의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목장연합예배 찬송과 청소, 오후예배 순서가 왔을 때 협조해 주지 않는 경우입니다. 그럴 때 목자의 입장에서는 목장 식구들이 다 같이 참여해서 단란한 목장도 보여주고, 목장 식구가 좋은 간증을 함으로써 그동안 해 온 내 사역의 결과를 교인들 앞에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미리 공지를 했건만, 바빠서 못 온다고 해서 결국 몇 안 되는 목장식구들과 찬송을 하거나 오후예배 순서를 진행할 때 정말 힘이 빠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한 가지는 목장 식구가 예수영접모임과 침례를 받고 생명의 삶을 마친 후 허그식을 할 때, 목자의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모든 피로가 풀리는 기쁨을 누립니다. 교회 사역은 하나님만 바라보고 해야 함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열심히 해 온 사역을 교인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목장식구 여러분, 부탁드립니다. 목장에 무슨 일이 있으면 휴가를 내서라도 꼭 나와서 자리를 빛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목자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 한번 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