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소원
아래의 글은 최영기 목사님이 은퇴 전 글입니다. - 저에게는 목회에 관하여 세 가지 소원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성경적인 교회를 세우는 것, 둘째는 한어 회중과 영어 회중의 평화스러운 공존, 세 번째는 명예로운 은퇴입니다.
첫째 소원은 가정교회를 통하여 어느 정도 이루어졌고, 두 번째 소원도 한어 회중과 영어 회중이 한 교회로서 자리 잡아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한 가지 남은 것이 세 번째 소원, 명예로운 은퇴입니다. 세 번째 소원은, 제가 안수받을 당시 많은 교회가 평화로운 승계에 실패하고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생겼습니다. 은퇴 목사와 후임 목사 간의 갈등으로 인하여 교인들이 두 패로 갈라져 싸우기도 하고, 소송을 걸기도 하고, 교회를 둘로 찢는 것을 보았습니다.
왜 이렇게 아름다운 승계가 어려울까? ‘돈’과 ‘사역’이 주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교회에서는 대부분의 담임 목회자가 은퇴하면 교회에서 주택을 구매해 드리고, 원로 목사로 추대하여 사례비의 70%를 드려서 생활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그럴만한 형편을 가진 교회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은퇴 목사님은 자신을 돌봐줄 후임이나 아니면 아예 자기 자식을 후임으로 세우려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은퇴 목사님의 기대치에 못 미치게 되고, 배신감을 느끼게 되면서 은퇴 목사와 후임 목사 간에 갈등이 야기되고 소송과 분열로 치닫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은퇴 후에는 교회와 돈 관계를 끊기로 결심했습니다. 저에게는 이미 주택이 있으니까, 12년 이상 목회자로 섬겼을 때, 한 해를 한 달로 계산하여 주는 은퇴 금만 받고 모든 금전 관계를 끊으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은퇴 후 나를 돌보아줄 사람을 후임으로 찾을 필요도 없고, 금전적인 이유로 갈등이 생길 이유도 없습니다. 은퇴 목사님과 후임 목사님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사역입니다. 은퇴한 후에도 대외적인 사역을 계속하려 해서 후임 목사와 금전적, 인적 자원을 놓고서 갈등이 야기되어 충돌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은퇴 후에 모든 사역에서 손을 떼기로 했습니다. 가정교회 규약을 새로 제정하여, 현재 맡고 있는 가정교회 사역 원장직도 임기제로 바꾸고, 가정교회 사역원 회원 투표에 의해 선출되도록 하여서, 나 아닌 다른 사람도 가사원장으로 섬길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습니다. 이런 제 결심을 알고 어떤 분이 은퇴 후에 가정교회 사역을 계속하라고 큰 액수를 미리 헌금해주었기 때문에, 만일 가사원 회원들이 선출해 주면 서울 교회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한두 번 더 사역 원장으로 섬길 수는 있겠습니다. 참고로 담임목사님이 은퇴를 앞둔 교회는 교회와 목사님 모두 최선을 다해 미리 은퇴를 준비함으로써 평화로운 승계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전 가사원장 최영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