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각이 꼭 옳은 것은
아니지만
저는 성격상 유난 떨거나 법석 떠는 것을 싫어합니다. 제 결혼식도 부모님이 아니시라면 조촐하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면 되는 것인데 왜 이렇게 번거롭게 식까지 해야 하나?”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세상에서 살 때 옷처럼 입고 입던 몸을 땅에 묻는 제 장례식도 너무 법석 떨지 말고 간단히 치르고 시신은 화장해서 뒤에 남은 사람들이 무덤을 돌보아야하는 부담을 덜어주라고 당부하려고 합니다.
비슷한 이유로 저는 절기 설교가 힘이 듭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으로 세상에 오시고,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것은, 매주일, 매일 기념해야 하는 것인데, 1년에 하루를 지정해서 성탄절이다, 부활절이다, 법석을 떠는 것이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될 수 있는 한 정해놓은 스케줄에 따라 강해 설교하려고 애를 씁니다. 감사는 일상생활에 끊임없이 있어야하고, 매일 매일을 신년새해를 맞는 기분으로 시작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성탄행사도 성도들이 자원하고 헌신하는 것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예전의 순서대로 예배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보면 저는 참 재미없는 목사입니다. 아마 모든 것을 제게 맡겨 주었다면 교회 행사가 하나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 교인들을 불쌍히 여기셨는지, 창의력 있고 에너지가 넘치는 평신도들을 동역자로 보내주셔서 매년 자발적인 아이디어로 성탄트리도 만들고, 축하 그림도 그렸습니다. 추수감사 바구니도 그렇고 연속기도회도 그렇고 수요중보기도모임도 제가 제안하거나 요청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매주 모여 기도하고, 찬양인도 팀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자발적인 추진을 통해 교회 생활이 풍성해 지도록 해주셨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재미없는 목사이지만 성도 여러분이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아이디어나 행사를 준비해 주신다면 교회가 활력 있고, 하나님도 기뻐하시는 교회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도 장점은 있습니다. 누가 무엇을 하고 싶다고 할 때 큰 문제만 없으면 밀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간섭하거나 통제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방임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간섭하시고, 성령께서 역사하시도록 기도하고 성도들이 잘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새해에도 재미없는 정 목사 대신에 큰일을 기획하고 추진하여 큰 열매를 맺는 성도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