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악습
저는 고1때 세례, 20세에 구원의 확신을 가지고 다시 침례를 받았습니다. 예수님을 영접하고 난 후 첫 1, 2년은 참 좋았습니다.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며 기쁨 속에 살았습니다. 그러나 약 1, 2년이 지나면서 기쁨이 작아지고, 죄 된 습성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때의 실망이란! 내가 진정으로 구원받았는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는가? 의심까지 들었습니다.
이때 성숙한 믿음을 가진 한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의 솔직한 고민과 갈등을 듣고는 이분이 성경을 펼치고서 ‘자란다.’는 단어가 포함된 여러 구절들을 찾아 보여주었습니다. 믿음에서 자라고, 사랑에서 자라고, 소망에서 자라고, 등. 자랄 필요가 있다는 것은 현재는 미성숙하고 불완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느냐? 그러므로 아직도 의심할 수 있고, 미워할 수 있고, 낙심을 할 수 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서 예수님을 영접해서 구원받고 나면 즉시 천사처럼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얼마나 비성경적이고 비현실적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죄와 악습과의 싸움이 끝났는가? 아닙니다. 지금까지도 계속됩니다. 승리할 때가 많아지긴 했지만, 패배할 때도 여전히 많습니다. 패배가 반복되면 자신이 진정한 크리스천인가 물을 정도로 낙심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위로해 주시고 다시 일으켜 세워주십니다.
왜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악한 습성에서 즉시 자유케 해주지 않으실까? 교만해 지지 않도록 위함인 것 같습니다. 죄와의 싸움에서 패배한 경험이 없었다면 얼마나 교만하고 건방진 사람이 되었겠습니까. 패배 가운데에 하나님의 은혜를 절감하게 되고, 죄에 넘어진 사람들을 정죄하는 대신 연민의 마음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패배가 우리를 겸손하게 한다고 해서 아예 싸울 생각을 않든지, 패배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승리하든 패배하든 최선을 다해 싸우지 않으면 죄나 악습 가운데에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고, 승리했을 때에 맛보는 하나님의 은혜도, 패배했을 때에 맛보는 하나님의 용서도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또, 죄와 악습에 매어 있는 동안은 진정한 삶의 자유와 기쁨도 맛보지 못할 것입니다.
죄 중에서 가장 큰 죄가 교만입니다. 죄와 악습과의 싸움에서 우리가 승리할 것을 하나님께서는 바라시지만, 승리해서 교만해 질 것 같으면 차라리 패배해서 겸손해지는 쪽을 하나님은 선호하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