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 말고 필요한 것
다운교회를 은퇴한 후에 새로운 담임목사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 교회로부터 한 정거장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큰아들이 우리와 같은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왔고, 얼마 후에는 둘째 아들이 바로 우리 앞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 며느리들이 이사를 왔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지금은 제가 부산에 있는 행복한 제자교회의 담임으로 섬기고 있어서, 두세 주에 한 번 서울 집에 가게 됩니다. 그때에는 다섯 살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손주 다섯 명이 할아버지 찬스를 쓰겠다며 우리 집으로 몰려옵니다. 제 아내가 며느리들과 장을 같이 보는 동안에 손주 다섯은 저와 함께 다이소에 가는 것이 큰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 계산은 내가 해주기로 하면서 “5,000원 범위에서 마음대로 사라.”고 하면,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5,000원을 꼭 채워서 삽니다. 5,000원을 채우다 보니 필요 없는 물건을 사는 것을 보고, 제가 재미있는 제안을 했습니다. “원하는 것을 사지 말고, 필요한 것을 사라. 5,000원어치를 사지 않고 남는 돈은 각 사람 이름으로 적립해준다.” 그랬더니 그 후로는 어떻게 하든 적립을 경쟁적으로 많이 하는 분위기로 돌아섰습니다.
어느 날 아이들과 다이소에 갔는데, 아이들이 몰려있는 곳을 지나면서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너, 그거 필요한 것 아니잖아. 원하는 것을 사지 말고, 필요한 것을 사!” 큰 애가 동생에게 훈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가볍게 해준 말이었는데, 내가 생각해보아도 경제개념의 기본이 되는 말이었습니다. “원하는 것을 사지 말고, 필요한 것을 사라.” 사실 우리의 삶을 보면, 꼭 필요한 것이 아닌데 원해서 사는 것들이 제법 있습니다. 남들이 가지고 있기에, 그냥 가지고 있고 싶어서,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때로는 선전에 넘어가 충동적으로 사놓고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고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중고 시장에 내놓고 사들인 값보다 훨씬 싼 값에 팔고는 ‘돈을 벌었다.’라고 스스로 위로를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무료로 주고는, ‘좋은 일을 했다.’라며 흐뭇해하기도 합니다.
사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혼 구원하여 제자 삼는 사역”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닌데, 많은 교회에서 유행처럼 하는 사역을 따라 하느라고 바쁠 때가 있습니다. 다른 교회가 하는 것을 보고 공연히 나도 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일을 벌일 때가 있습니다. 역사가 오래된 어떤 교회는 교인 수에 비해서 공간이 충분한데 50주년 기념으로 건축을 새로 하는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 먹는 것도 그렇습니다. 필요한 만큼 먹으면 비만으로 걱정하지 않을 터인데, (식탐으로) 원하는 만큼 먹기 때문에 비만이 생기는 것입니다.
저는 연장으로 무엇을 만드는 것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결심한 것이 있습니다. “필요한 연장이 아니면 사지 않는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 “원하는 것을 사지 말고, 필요한 것을 사라.” 경제원칙의 기본이 되는 말이며, 심플라이프의 기본정신이라는 것을 자주 실감하며 살고 있습니다.
한국가사원장 이경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