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으로 말고, 사랑으로
오래전 미국에서 어느 집을 방문하였습니다. 그 집 부부는 모두 여섯 명의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아이는 열여섯 살의 한국 소녀였고, 막내인 여섯째 아이는 흑인이었는데 생후 1년도 안 된 아이로, 몸이 건강하지 못해서 여린 몸에 링거 바늘을 꽂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두 가지 질문이 생겼습니다. 첫째는 ‘이렇게 아이들이 아시아인, 흑인, 백인이 함께 있으면 누가 보아도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않겠는가?’이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주로 자녀가 없는 집안에서 자신의 자식으로 입양하는 문화였고, 그래서 입양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도록 두 번은 이사해야 한다는 말이 있기도 했습니다.
둘째는 ‘몸이 약하여 링거를 맞고 살 정도로 친엄마도 포기한 아이를 어떻게 입양할 수 있는가?’이었습니다. 당시에 우리나라는 주로 건강하고 잘생긴 아이를 입양하는 추세였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첫째는 자신들은 공개적으로 입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모두 자신들이 입양된 자식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자란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아이들을 입양할 때 ‘자식으로 입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입양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입양된 사실을 알고 그에 적응하여 성장하면, 도중에 정체성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얼마나 사랑의 분위기 속에서 자라났느냐는 것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온 가족이 재미있게 우리와 저녁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 9시가 되자, 아이들이 한 명씩 아빠와 엄마에게 다정하게 포옹하며 사랑한다고 말하고 잠을 자기 위해 자기 방으로 가는 모습이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자식으로 입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입양한다.’라는 말이 지금도 제 마음속에 남아있습니다. 입양할 때 자식으로 입양하면, 내가 원하는 자식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는 짜증을 내거나 심지어 입양한 것을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으로 입양하면 내가 원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도 사랑으로 품어줄 수가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 자신이 낳은 자식에 대해서도, 자식으로 키우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보일 때 실망하고 낙담할 때가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낳은 것을 후회하는 사람도 많이 보았습니다.
가정교회에서 ‘교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교회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아라.’라는 것도 마찬가지 원리입니다. 전도할 목적으로 VIP를 찾으면, 사람들은 영물(?)인지라 그 마음을 알고 피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랑으로 VIP를 섬기면, 그 사랑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고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됩니다. 목장에서 목장 식구들을 도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을 성장시켜서 목자로 삼으려고 하면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을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사랑하면 자연스럽게 성장하여 목자로 세워지게 될 것입니다.
- 한국 가사원장 이경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