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재정관리
우리 교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정해 놓고 실천하며 그렇게 하는 이유와 그렇게 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설명하고 보여주고 설득해 왔습니다.
(1) 저는 성도 개인의 헌금 액수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사실 물질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 때문에 개인이 헌금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알면 그분의 눈치를 보는 목회자를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개인의 헌금 액수는 모르기에 오히려 더 정확하게 물질로 표현되는 신앙의 모습을 자유롭게 강조할 수 있었습니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오래전 어떤 분이 자기가 경험한 목회자들이 설교 때 돈 이야기를 많이 해서 우리 교회로 옮겼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시기에 그 다음 주부터 헌금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 그분은 회개하고 최선을 다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소득 가운데 기쁨으로, 힘에 겹도록, 나도 필요한 것이지만 그 필요한 것 중에 구별하여 드리는 헌신의 표현이 헌금이요 믿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 교회 재정을 관리하는 분들은 "단순히" 헌금을 계산하고 기록하고 집행하는 청지기라는 사실을 많이 강조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관리"하는 것이지 재정을 맡았다고 "결정"하는 사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관리하는 분들을 세울 때 회계사, 회사 재무 담당자같이 물질을 관리하는 직업을 가지신 분들은 교회 재정 관리팀에서 제외시켰습니다. 물론 회사를 경영하거나 정부에서 나라 살림을 하는 원리 중에 정직성, 투명성 같은 것은 교회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지만, 세상에서 돈을 관리하는 방법과 교회에서 헌금을 관리하는 방법이 다르고, 재정을 관리하는 분들은 헌금을 계산하는 역할을 할 뿐이고, 예산을 어떻게, 얼마를, 어디에 집행할 것인지는 일단 목회자의 목회 방향을 따르며, 그 목회 방향에 따라 총회, 집사회, 운영위원회 등 그 교단, 또는 공동체가 결정권을 위임한 기관에서 결정하는 대로 집행만 하는 사역이기 때문입니다.
(3) 교회의 모든 사역은 자원하지만, 헌금을 관리하는 재정부(회계부)를 섬길 분들은 제가 임명합니다. 소위 회계를 맡은 직분자 중에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역자의 사례비를 가지고 사역자들을 어렵게 만드는 미성숙한 태도를 여러 번 보았습니다. 이런 사람이 교회 회계부에 있으면 자신의 감정 문제를 가지고 세상에서 배운 재정 관리 방법을 빙자하여 교회를 힘들게 하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늘 목회자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헌금이 자기 돈인 양 세도를 부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목사는 가난해야 한다는 편견으로 늘 목회자 사례비 먼저 깎으려고 하고 다른 예산도 줄이려고만 하는 이상한 분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4) 교회의 재정은 넉넉하게 나누는 것이 원칙임을 강조했습니다. 우리 교회처럼 장로교회는 당회가 거의 모든 결정을 합니다. 그래서 교회 재정을 집행할 때 장로님들께 이렇게 부탁을 드렸습니다. 김 목사가 100불을 보내자고 하면 장로님들은 200불을 보내자고 말해 달라고 했습니다. 김 목사는 옹졸하더라도 장로님들은 베푸는 일에 있어서는 풍성한 손길이 되어달라는 의미였습니다. 목회자가 이웃과 선교지의 필요를 채우려고 이렇게 저렇게 의견을 내면 어떻게든 깍아 내리고, 조금 보내고, 뭔가 일이 안되도록 하는 것으로 자기를 드러내는 부정적인 영성이 결정권을 가진 사람에게 자리 잡지 못하도록 철저히 막았습니다. 대신 목회자가 제의하는 것보다 몇 배 더 많이 나누고, 더 많이 베풀고, 더 많이 보내는 영성을 연습했습니다.
- 김인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