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낭비
저의 설교준비는 보통 목요일부터 시작됩니다. 이날 오후부터는 주로 본문 말씀을 묵상하고, 말씀을 통해 저와 성도들에게 주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자 애를 씁니다. 금요일은 설교문서를 작성하고, 여러 책들을 통해 제가 이상한 설교를 준비하는 것은 아닌지, 성경의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잠간 잠간씩 기도를 통해 성령께서 간섭해 주시고, 깨우쳐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이렇게 해서 금요일 오후 3, 4시경이면 주일 설교준비를 마치게 됩니다. 수요예배 설교는 화요일, 주일오후설교는 목요일 오전 중에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 아주 오래 된 습관입니다.
그런데 종종 교회 안팎의 행사와 겹칠 때는 이런 습관들이 방해를 받게 되고, 마음이 분주해져서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럴 때에는 새벽기도가 끝난 후 한 시간 정도 씩 설교준비에 투자합니다. 그런데 이 시간이 의외로 저에게 잘 맞습니다. 집중도 잘되고, 아무의 방해도 없어서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아예 이참에 새벽기도 시간을 오후나 밤 시간대로 바꾸어서 낭비되기 쉬운 시간대로 옮기면 시간낭비도 줄이고, 설교 준비도 더 잘할 수 있겠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방법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왜냐하면 나에게 있어 가장 요긴하고 중요한 시간을 하나님과의 교제와 기도에 투자하기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새벽은 특히 성도 여러분들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요긴한 시간입니다. 주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깊이 잠이 들어 휴식하기 좋은 시간이 새벽이고, 주일은 모처럼 쉬는 날이며,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고, 운동이라든지, 취미라든지 자신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혹 주일 예배에 참석하고 시간을 낭비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예배 중 행사도 별로였고, 설교도 나에게 도움이 안 되고, 괜스레 시간 낭비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어떤 분입니까? 내 모든 것을 드려도 아깝지 않은 소중한 분, 하늘 영광을 버리고 나를 위해서 모든 희생을 감수하신 주를 위해 예배하고, 나를 나보다 더 사랑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나에게는 가장 효율적이고, 소중한 시간을 기꺼이 기쁨으로 내어 드릴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께 드리는 희생이 되는 것이고, 거룩한 시간낭비가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