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사랑과 핑계
예전에는 저를 속속들이 아시는 하나님께서 저를‘귀한 종, 사랑스러운 종’이라고 부를 리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하나님께 귀한 존재이고, 사랑스런 존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내 존재 자체가 귀하거나 사랑스러워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눈에 귀하고 사랑스럽게 비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눈에 비치는 우리 모습은 실제 모습과 다른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로 인하여 의롭다함을 받았다’(롬 5:1)는 사도 바울의 말이 예입니다. 우리가 실제로 의롭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로 인해 우리를 의롭다고 인정해 주십니다.
그래서 하나님 사랑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사랑이시다’(요일 4:8)라는 말의 의미가 점점 더 마음에 와 닿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라는 것은 하나님은 사랑의 본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는 사랑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사랑하지 않는 것이 어렵습니다. 인간에게 사랑하는 것이 어렵고, 미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과 반대입니다. 이러한 본성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어떻게든 인간을 사랑하고 높일 핑계를 찾으시는 것 같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주위 사람들에게는 평범하게 보이지만, 엄마 아빠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기로 보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도, 인간적인 표현을 빌자면, 눈에 콩깍지가 씌워서 우리가 의로운 사람, 믿음의 사람, 존귀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보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사랑 때문에 천국의 상급을 기대합니다. 사실 저는 상급을 받기는커녕 꾸중을 들어야 합니다. 충성한다고 하지만 게으를 때가 더 많습니다. 진정한 주의 종은, 주인이 원하는 곳에서, 주인이 원하는 것을, 주인이 원하는 방법대로 해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저 자신은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 방법으로 할 때가 많습니다. 종노릇을 제대로 했던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욕구도 하나님이 주셨고, 능력도 하나님이 주셨으니까 사실 자랑거리가 못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국의 상급을 기대하는 것은 하나님의 핑계 때문입니다. 잘못했던 것은 기억하지 않고 잘했던 것만 기억하며,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상주시고 싶어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 때문입니다.
- 가정교회사역원장 최영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