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행복을 느끼지 못할까요?
저를 행복하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사역입니다. 제2의 종교 개혁이라고 불리는 가정교회 운동에 저를 사용해 주셨습니다. 저는 극도로 내향적인 사람이라 길 가다가 아는 사람을 멀리서 보면 곁길로 피해 갑니다. 사람 많은 데 가는 것 싫어하고, 회중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이런 사람을 하나님께서 불러서 사용하신다는 것은 은혜라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사용하시는 것에 감격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제가 유혹에 약하기 때문입니다. 욕구가 아예 생기지 말아야지, 일단 욕구가 끓어오르면 이겨내지를 못합니다. 오죽하면 죄를 지어 하나님께 수치를 심어드릴 것 같으면 그 순간 제 목숨을 거두어 달라는 기도까지 했겠습니까? 큰 실수 없이 목회와 가정교회 사역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시험에 들지 말게 하시고 악한 자에게서 구하여 주십시오.’라고 매일 드리는 간절한 기도에 하나님께서 응답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역경과 재난을 겪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나중에 천국에 가면 왜 이런 고난을 허락하셨는지 따지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구약 성경의 기록된 욥처럼 말입니다. 저도 천국에 가면 하나님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따지는 질문이 아니라, 주님의 사역을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 부담을 안고 왜 저를 사용하셨냐고 묻고 싶습니다.
위암 말기로 임종 직전에 있는 한 자매님을 심방한 적이 있습니다. 이 자매님은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병상에 누워 있었습니다. 자신의 힘으로는 호흡을 못하기 때문에 코에는 산소호흡기가 꽂혀 있고, 기운이 없어서 헉헉대며 띄엄띄엄 제게 한 말이 충격이었습니다. “목사님, 전 하나님이 세상에서 저를 제일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전연 예상치 못했던 말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자매님의 말이 이해가 안 갔지만, 그러나 이제는 조금 이해할 것 같습니다. 이 자매님은 고통의 순간에도 자신이 하나님의 사랑 한 가운데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음에 틀림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에게는 외동딸이고 외아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녀처럼 사랑하십니다. 예수님을 영접했고, 주님을 의지하고 순종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우리가 모두 오늘 최선의 삶을 살고 있는데,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해서 안 행복한 것이 아닌가는 생각이 듭니다.
최영기 목사(가정교회 국제가사원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