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 심방이 목사심방
수술 받은 한 교우가 섭섭해서 교회를 떠난 일이 있었습니다. 수술 날 저는 못 찾아가고 목자만이 찾아와서 기도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좀 알고 지내던 한 목사님이 찾아와서 간절히 기도해주었습니다. 다른 목사님은 타 교인도 찾아와서 기도해 주는데 우리 목사님은 어찌 이리 무심한가 하고 섭섭하던 차에 어떤 분이 간증을 하면서 자기가 아플 때에 제가 심방을 와 주었다고 자랑을 했습니다. 이 얘기를 듣고 쌓였던 섭섭함이 폭발되어 수술할 때에 찾아왔을 뿐만이 아니라 그 후 집에도 찾아와서 개인적으로 성경 공부까지 시켜주는 그 목사님 교회로 옮겨갔습니다.
전에는 큰 수술을 받는 분은 병원으로 찾아가서 기도를 해드렸습니다. 그러나 노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출타 등의 이유로 심방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누구는 심방하고 누구는 않는다는 서운함을 심어주는 결과가 생겼습니다.
이제는 수술을 하더라도 찾아가서 기도해드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불공평한 느낌을 주느니 아예 안 하는 것이 낫겠다는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큰 수술은 보통 새벽에 하는데 제가 새벽에 위하여 중보 기도하는 성도의 숫자가 100명이 넘습니다. 수술 받는 분을 찾아가 기도해주자면 이 100여명을 위한 중보 기도가 희생되어야합니다. 교인 숫자가 많아지면서 수술 받는 분들의 숫자도 비례하여 증가했는데 중보 기도를 빼먹는 날이 너무 많아집니다. 그래서 찾아가는 대신에 교회에서 특별 기도를 해 드리는 것으로 대치한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셨던 고 박용주 집사님은 수술 받기 전날 찾아오지 말고 기도만 해달라고 오히려 당신이 먼저 전화로 부탁을 하셨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교회 성도들이 아플 때에 돌봄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담임목사인 저는 못하지만 목자들은 열심히 찾아가 기도도 해드리고 돌보아드립니다. 그러나 목자가 심방 오는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하는 성도들이 문제입니다. 목자가 수없이 찾아가도 담임 목사가 심방오기 전까지는 교회에서 아무도 심방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성도님들은 목자가 평신도 목사라는 사실을 기억하시고 목자 심방을 담임 목사 심방으로 아시기 바랍니다. 또 목자들은 자신의 신분에 자부심을 갖기 바랍니다. 교회를 대표하는 마음으로 심방도 하고 혹시 다른 교회 목회자님이 찾아와 계시다 할지라도 당당하게 기도도 해주고 축복도 해주기 바랍니다.
- 최영기 목사님께서 은퇴 전 교회 칼럼에 쓰셨던 내용입니다. 저희 교회 원칙임을 대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