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형이 왔다 갔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휴스톤서울교회 목회자코너에 올려 진 글입니다. “처형을 보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그 사건 자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에 감동이 되어 이 글을 올립니다.
“최근에 저의 처형이 오랜 만에 휴스턴을 방문하여 저희 집에서 한 달 정도 머물다가 지난주에 돌아갔습니다. 처형은 저의 간증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독실한 불교신자였다가 우리 가족이 휴스턴으로 오고 얼마 안 있어 휴스턴을 방문했다가 이곳에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1년 후에 다시 와서 침례를 받았기 때문에 이곳이 그에게는 믿음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처형은 제 아내와 같은 눈의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망막세포 변성증’이라고 하는 망막을 포함해서 시신경 세포들이 조금씩 죽어가는 퇴행성 질환이고, 최근 들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치료방법이 없는 질환입니다. 처형에게 병이 먼저 발견 되었고, 아내보다 세살이 많기 때문에 처형의 눈의 상태는 늘 저에게는 아내의 진행을 미리 느끼게 하는 척도였습니다.
하지만, 비슷하게 진행되어 가던 어느 순간부터 둘의 진행 속도에 차이가 난다고 느끼던 때가 있었습니다. 처형은 계속 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면, 아내는 속도가 느려져 있다고 말입니다. 이번에 제 처형을 만나 본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처형은 이제는 다른 사람의 인도가 없으면 한 발자국도 걷지 못하고, 눈앞에 서 있는 사람도 부딪히기 전까지는 인식하지 못하며, 식사도 자기 접시에 놓아주면 일일이 손으로 만져 보아야 먹을 수 있는 상태입니다. 이렇게 병의 진행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기도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는 것 같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음에도 처형은 티 없이 맑고 구김살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는 늘 자기를 살펴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잊지 않고, 도움을 주는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를 잊지 않습니다. 그리고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사실 심한 장애가 있는 사람을 만나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많은 에너지가 드는 귀찮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처형의 삶에는 늘 밥을 같이 먹자, 휴일을 같이 보내자, 휴가를 같이 가자는 사람들로 외롭지 않음을 느낍니다. 사람에게 닥친 불행은 보통 그를 좌절하게 만들고, 그것은 그의 주변에서 사람들이 사라지게 만들고, 결국 심한 외로움으로 더 불행해지도록 만드는데, 처형을 보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그 사건 자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 숨어있는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해 나가는 사람은 여전히 주변에 가득 차 있는 행복을 누릴 수 있으며, 다른 사람까지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