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행복할 수 없는 두부류
-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102세)의 중앙일보 인터뷰 중
지금껏 살아보니 알겠습니다. 아무리 행복해지고 싶어도 행복해지기 힘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행복해지고 싶은데 행복해질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이 누구일까요? 크게 보면 두 부류입니다. 우선 정신적 가치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물질적 가치가 행복을 가져다주진 않으니까요. 가령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이 과연 행복하게 살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신적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많은 물건을 가지게 되면 오히려 불행해지고 맙니다. 돈이나 권력, 혹은 명예를 좇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들은 거기서 행복을 찾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거기서 행복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거기에는 ‘만족’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돈과 권력, 명예욕은 기본적으로 소유욕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가지면 가질수록 더 목이 마릅니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배가 고픕니다. 그래서 항상 허기진 채로 살아가야 합니다. 행복하려면 꼭 필요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만족’입니다.”
‘만족’을 알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정신적 가치가 있는 사람은 만족을 압니다. 그런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삽니다. 정신적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명예나 권력이나 재산을 거머쥘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결국 불행해집니다. 명예와 권력, 재산으로 인해 오히려 불행해지고 마는 이유는 그것이 소유욕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주위에도 그러한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행복해지고 싶은데 행복할 수 없는 삶. 아, 그건 정말 비극입니다. 그런데 우리만 모르고 있는 걸까요. 내가 바로 그 비극의 주인공일 수 있음을 말입니다.
그러면 행복할 수 없는 두 번째 부류는 누구일까요? 건너고 싶어도 행복의 강을 건너지 못하는 사람들, 그게 누구일까요? 그는 이기주의자입니다. 그들은 절대로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다들 자신을 챙깁니다. 나 자신을 챙기고, 내 이익을 챙깁니다. 그걸 위해 삽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내가 행복해 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기주의와 행복은 절대 공존할 수 없습니다. 이기주의와 행복, 왜 공존이 불가능합니까. 이기주의자는 자신만을 위해 삽니다. 그래서 인격을 못 가집니다. 인격이 뭔가요. 그건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선한 가치입니다. 그런데 이기주의자는 그걸 갖추기가 어렵습니다. 인격의 크기가 결국 자기 그릇의 크기입니다. 그 그릇에 행복을 담는 겁니다. 그런데 이기주의자는 그릇이 작기에 담을 수 있는 행복도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