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보시기에 예쁜 사람
많은 손자들 중에 유난히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손자가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찾아와서 할아버지와 씨름을 하자고 조르는 여섯 살배기 둘째 아들의 셋째 아이였다. 10번 씨름하면 한 두 번은 할아버지가 승자이고 나머지는 손자가 승자이다. 승리한 손자는 기고만장하다 힘센 할아버지로부터 자기의 씨름 솜씨를 인증받기 때문에 여러 손자 놈들 사이에서도 당당히 기가 살아있다. “내가 할아버지를 이겼다” 그러나 사실은 할아버지가 져 준 것이었다. 손자는 할아버지의 깊은 뜻을 알 턱이 없다. 그것을 알기엔 아직 너무 어리다.
형 에서를 속이고 외삼촌 집으로 가서 두 아내를 취해 자수성가한 동생 야곱이 금의환향하긴 하는데 형이 무서운지라 온갖 예물을 준비했었다 (창32:13~15). 에서를 만나는 작전도 치밀하게 세워서 그를 만나는 과정을 짜기도 했다(창 32:16~23). 하지만 하나님이 개입하셔야 했기에 어떤 사람(곧 하나님)이 홀로 남은 야곱에게 왔고 야곱은 이 사람을 잡아야 한다고 막무가내로 씨름을 했었다.
“야곱은 홀로 남았더니 어떤 사람이 날이 새도록 야곱과 씨름하다가 자기가 야곱을 이기지 못함을 보고 그가 야곱의 허벅지 관절을 치매 야곱의 허벅지 관절이 그 사람과 씨름할 때에 어긋났더라 그가 이르되 날이 새려하니 나로 가게 하라 야곱이 이르되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아니하면 가게 하지 아니 하겠나이다”(창32:24~26) 마침내 야곱이 이 사람 곧 하나님을 싸워 이겼다. “그가 이르되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이는 네가 하나님과 및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음이니라”(창 32:28) 하나님이 져 주신 것이다.
이렇게 하나님과 결판해서 인생 문제를 해결하려는 야곱이 예쁘셨다. 결국 야곱이란 인명이 이스라엘이 되고 싸웠던 지명이 브니엘이 되었으니 인명지명(人名地名)의 변화를 초래케 했다. 독자적으로 살겠다니, 내 힘으로 살겠다니, 내 작전으로 살겠다니, 하는 것보다 하나님의 힘으로 살겠다는 야곱의 정신이 예쁘게 보였던 것이었다. 하나님은 하나님과 맞붙어서 인생을 살려하는 자를 예뻐하신다. 하나님과 무관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관계하며 살라는 것이 신앙이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그 많은 손자들 중에 씨름하자고 찾아오는 손자를 한없이 예뻐하셨다.”
- 침례신학대학교 전 교수 권혁봉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