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나의 슬픔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질문 카드를 뽑은 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얘기하는 진실게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뽑은 카드의 질문 중에 ‘당신에게 있어서 교회는 무엇인가?’였습니다. 그런데 긴 고민 없이 불쑥 튀어나온 말은 ‘애물 단지’ 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제가 중학교 2학년부터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고, 고 2쯤에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이후 저의 삶의 중심에는 언제나 교회가 있었습니다. 사람들과의 교제는 늘 교회를 중심으로 만들어졌고, 저의 생활 속에서 언제나 교회는 가장 중요한 곳이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교회가 안정되면 제 삶도 안정적이고 행복했지만, 교회 생활에 파도가 일면 언제나 골치가 아팠고 힘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교회 생활은 평안하고 행복할 때 보다는 힘들고 골치가 아플 때가 훨씬 많았습니다.
왜 교회 생활은 이렇게 행복하지 않은 것일까? 왜 교회는 하나 되지 못하는 것일까? 하나가 되고,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주님의 메시지는 왜 교회 안에서 실현되지 않는 것일까? 교회는 왜 이렇게 한 두 명의 헌신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왜 교회 안에는 끊임없이 시험이 드는 사람이 생기는 것일까? 복음의 전도는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이며, 교회는 왜 자라지 않는 것이며, 교회를 다녀도 왜 사람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사실 이 고민은 목사가 되고 목회를 하면서도 끊이지 않는 저의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다 최영기 목사님의 책과 강의를 통해 가정교회를 알게 되었고, 2003년 휴스턴 서울교회에서 있었던 목회자 세미나를 통해 제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교회에 관한 모든 의문을 한꺼번에 해결하고 있는 교회를 보았습니다. 교인들이 모두 너무나 행복해 하는 교회,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서로 하나 되고, 사랑하고, 용서를 실천하는 교회, 모든 사람들이 헌신하는 교회,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변하는 교회.
그 때부터 교회에 대한 작은 소원이 생겼습니다. 우리교회를 비롯해서 모든 교회들이 다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런 행복한 교회가 쉽게 만들어지고 쉽게 되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이런 교회들이 여기저기 생겼으면 좋겠는데, 교회들을 보면 참 더디고, 여전히 약한 교회가 너무나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교회를 바라보면서 저도 모르게 ‘애물 단지’라는 생각이 불쑥 튀어 나온 것입니다.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님께 교회는 어떨까 싶습니다. 교회는 ‘나의 사랑, 나의 슬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즈음은 교회들이 더 어렵습니다. 코로나 19가 2년째 접어들면서 땡볕 벌판에 풀죽은 꽃들처럼, 많은 교회가 기운을 잃은 듯이 보입니다. 그런 가운데서 동부중앙교회가 제 자리에 굳게 서있어야겠다 싶은데, 부족하지만 건강한 교회로 애쓰려는 성도들이 얼마나 감사하고 자랑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