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I’ idol)
예수께서 고향 나사렛에 머무실 때입니다. 그날도 예수님은 유대교 회당에서 가르침을 펴고 계셨습니다. 그때 어머니 마리아와 예수의 동생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회당 밖에서 사람을 보내 예수님을 불렀습니다.(마가복음 3장 31절)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과 누이들이 밖에서 스승님을 찾고 계십니다.”(마가복음 3장 32절)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되물었습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냐?” 그리고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마가복음 3장 35절)
대체 예수께서 말씀하신 ‘순종(하나님의 뜻대로)’은 무엇일까요? 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순종하는 사람’ 대신 ‘순종하지 않는 사람’을 먼저 찾으면 됩니다. 우리는 신을 섬긴다는 명분으로 수시로 ‘나’를 섬깁니다. 나의 기대, 나의 성공, 나의 욕망이 성취되도록 하나님께서 일해주기를 바랍니다. 내가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나의 뜻’을 따르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도록 기도합니다. “~하게 해주십시오!” “제발 ~가 되게 해주세요!” 그러니 결국 누가 누구를 섬기는 걸까요. 내가 하나님을 섬기는 걸까요, 아니면 하나님이 나를 섬기는 걸까요? 나의 뜻이 성취되면 "기도가 통했다"고 말하고, 나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기도가 통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너에게는 나 말고 다른 신이 있어서는 안 된다.”(출 20:3) 모세가 하늘로부터 받은 십계명 가운데 첫째가는 계명입니다. 왜 하나님은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고 하셨을까요. 물론 그 당시 우상들이 가나안 땅에 득실거렸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내 안에 내가 이미 섬기고 있는 다른 신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조차 순종하지 않을 때도 내가 순종하는 다른 신입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하여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 그들 안에 이미 다른 신이 있음을 아셨습니다. 그건 대체 무엇일까요? 내가 섬기는 ‘나 외에 다른 신’을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다름 아닌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도할 때 ‘하나님의 뜻’을 먼저 묻지 않습니다. 우상은 나의 밖이 아니라 나의 안에 있습니다.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을 때도 어김없이 순종하는 나만의 신. 그건 다름 아닌 나의 에고입니다. 그런 우상을 남겨둔 채, 우리는 밖으로만 화살을 겨누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