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 "침팬지도 아는데 인간이 몰라"···자녀 '진화'시키는 최재천
자녀가 부모처럼 살고 싶단 생각이 든다면 그 부모는 이미 최고의 교육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들 고민입니다. “자식을 어떻게 키워야 하나.” “어떤 식으로 교육을 해야 하나.” 크게 보면 두 가지 물음입니다. “자식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 무엇입니까?” “그걸 어떤 식으로 실생활에 적용하면 됩니까?”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진화생물학자입니다. 그는 평생 동물과 식물의 삶을 관찰하고 연구하며 살아왔습니다.
최 교수는 생물학자답게 ‘새’를 예로 들었습니다. 그는 “새가 나는 걸 가르치는 광경을 본 적이 있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어미 새가 아기 새를 가르치는 장면 말입니다. 어미 새는 ‘이렇게 날아라’ 혹은 ‘저렇게 날아라’하면서 새끼 새에게 간섭하지 않습니다. 그냥 어미 새가 여기서 저기로 ‘후루룩’하고 날아갑니다. 그걸 보고서 새끼도 따라 합니다.
그럼 새끼 침팬지는 어떻게 합니까. 새끼도 아무 돌이나 주워서 따라 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잘 되진 않습니다. 견과류를 올리는 받침돌도 처음에는 평평하지 않은 걸 고릅니다. 그래서 열매가 자꾸 굴러서 떨어집니다. 여기서 어미 침팬지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새끼가 제대로 못 한다고 절대로 짜증을 내지 않습니다. 보다가 답답해서 대신 견과류를 깨주지도 않습니다. 대신 무한한 인내심으로 새끼와 함께할 뿐입니다. 제대로 못 한다고 새끼를 내치는 법도 없습니다.
지구가 생겨난 이후 자연환경은 끊임없이 변해 왔습니다. 지구의 기온이 뚝 떨어지는 빙하기가 올 수도 있고, 거대한 화산 폭발로 지각 변동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크게 혹은 작게, 자연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이런 변화가 모든 생명체에게 큰 위협입니다. 그때마다 생명체는 고통을 느낍니다. 나의 몸과 자연의 몸, 둘 사이에 생기는 간격 때문입니다. 이런 고통 속에서 간절함이 생겨납니다. 살아남기 위한 간절함입니다. 그래서 고통은 간절함을 낳고, 간절함은 우리를 진화하게 합니다.
자식 교육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부모가 아이가 겪게 될 한두 번의 고통이 두려워서, 그걸 사전에 차단하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아이의 진화’를 막게 되지 않을까요. 누구보다 아이의 진화를 원하는 부모가, 누구보다 앞장서서 아이의 진화를 막는 셈이 되고 맙니다. 세상 어느 부모가 그걸 원하겠어요? 그런데 아주 많은 부모가 실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생각할수록 정말 그렇습니다. 우리만 모르는 걸까요. 아이가 겪을 시행착오와 고통이 ‘독’이 아니라 ‘약’이라는 걸 말입니다. 부모여러분, “아름다운 방황과 따뜻한 방목”을 거듭 당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