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아는 것
목회자로 사역하면서 크게 느끼는 것은 나 자신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입니다. ‘나’라는 사람은 상당히 복잡한 인격체입니다. 일단은 타고난 기본적인 기질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밝고 긍정적이지만, 어떤 사람은 나면서부터 우울합니다. 어떤 사람은 순하지만 어떤 사람은 다루기 어려운 고집스러운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에 더해 자라면서 경험한 것들이 덧붙여지고, 나만의 독특한 성격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이 경험들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덧붙여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삶의 어떤 순간 나에게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멈추어 설 때 문제의 해결이 시작됩니다.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인정하는 순간, 고통이 따르기에, 내 문제가 아닌 다른 것이 이유라고 둘러대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하지만, 그런 유혹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 때 문제 해결의 출구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예전에 최영기 목사님이 소개하셨던 ‘나에게로 가는 길’이 내가 기본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 소심하게 행동하는지, 예수님을 믿은 후 분명 달라졌지만, 전에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던 우울증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왜 자기 비하를 반복해 왔는지, 그리고 그런 성향들이 지금은 어떤 형태로 남아 있는지, 이런 문제들을 똑바로 보게 되었을 때, ‘나’라는 사람에게 연민이 느껴져서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너, 고생을 많이 했구나.’ 하면서 등을 토닥이며 위로해 줄 수 있었습니다.
둘째는 DISC(행동유형) 검사 같은 것도 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저는 신중형입니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사역의 제안을 하면 쉽게 Yes 하는 경우가 없고, 대부분 ‘그게 가능해?’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러니 내 자신이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제안 한 사람의 생각을 지원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또 확인을 위해서 꼬치꼬치 토를 달아서 제안한 사람의 힘이 빠지게 만드는 성향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리더가 알아야 하는 또 하나는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목표 의식이나, 어떤 것에서 오는 중압감, 또는 절대로 되지 말아야 한다는, 어떤 피하고 싶은 상황에 대한 민감함 등등 어떤 것이 내 마음 깊은 속에서 나를 통제하고 있는지 하는 것입니다. 그런 것들이 위기 상황에서 나를 일정한 형태로 행동하게끔 하는 일종의 내비게이션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 목사님이었던 분의 자제가 목회한다든지, 또 저와 같이 훌륭한 전임이 뒤에 있어서, 보고 배운 어떤 것, 또는 내가 철칙처럼 생각하는 어떤 것이 오히려 나한테는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존경스러운 분 뒤에 있는 책임감, 중압감이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이상한 나’를 만들어 놓고 있는 것입니다. 일단은 그런 부류의 책이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문제가 생겼을 때, ‘내 잘못이 아니야!’ 하면서 핑계를 대거나 덮어두지 않고, 무엇일까? 왜 그럴까? 나에게 어떤 것이 문제일까? 직시하면서 하나님께 도움을 구할 때 주님은 조금씩 나의 시야를 넓혀 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발견하는 것들이 사역하는 데 있어서 진정으로 나를 자유롭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 국제가정교회 사역원장 이수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