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의 포도밭 여우
화창한 여름날 여우 한 마리가 포도밭 주변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허기진 배 때문인지 익어가는 포도 냄새가 더욱 코를 자극했습니다. 여우는 포도밭에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사방으로 둘러싸인 포도원 담벼락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포도밭 주변을 돌던 여우는 작은 구멍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머리만 들어갈 뿐 불룩해진 배 때문에 구멍을 통과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든 포도밭에 들어가 맛있는 포도를 먹겠다는 일념에 여우는 며칠간 굶기로 했습니다. 며칠 후 배가 홀쭉해진 여우는 드디어 구멍을 통해 포도밭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한 여우는 자기도취에 빠지고 기쁨에 겨워 정신없이 잘 익은 포도만을 따서 먹었습니다. 한참을 정신없이 먹던 여우는 곧 주인이 포도밭을 순찰할 시간임을 깨닫습니다. 이제는 성급히 포도원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아니면 주인에게 붙잡혀서 여우 목도리 신세가 될 것입니다.
여우는 자신이 들어 왔던 구멍으로 머리를 들이밀었습니다. 그러나 잔뜩 먹은 포도로 인해 여우의 배는 다시 불룩해졌고, 도저히 구멍을 빠져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이젠 걱정거리가 한 가지 더 늘어났습니다. 불룩해진 배를 다시 홀쭉하게 만들어야 했고, 주인에게 들키지 않게 포도밭 어디엔 가에 숨어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숨어 있어야 했습니다. 그럴 뿐만 아니라 맛있는 포도를 바로 코앞에 두고도 사흘이나 쫄쫄 굶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여우는 겨우 포도원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탈무드에 나오는 “포도밭의 여우”라는 이야기입니다. 인생은 세상에 올 때처럼 갈 때도 빈손으로 가야 합니다. 세상에서 천하 없는 성공과 부와 영화를 태산처럼 쌓아 놓았어도 갈 때는 다 내려놓고 가야 합니다. 그렇기에 주님은 하늘에 보물을 쌓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늘에 보물을 쌓는 일은 살아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탈무드의 “포도밭의 여우”의 또 하나의 교훈은 영적인 존재인 인간은 결코 세상의 부귀영화 같은 것으로 근본적으로 만족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또한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채워주시지 않으면 세상의 그 어떤 것을 채우고 채워도 인생은 갈증으로부터 결코 자유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어리석은 여우처럼 자꾸 채우면 채울수록 더욱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더욱 허무해지고, 점점 영원한 생명과 멀어집니다. 세상에 갇힌 채 결국 사단의 밥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