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는 잘 있나?
한 번은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길에 기내에서 읽었던 신문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도시에 살다가 귀농하는 사람에게 주의를 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것은 “아가 잘 있나?”이었습니다. “아는 척하지 말라. 가진 척하지 말라. 잘난 척하지 말라. 있는 척하지 말라.”의 첫 자를 따서 만든 말입니다. 그런데 가정교회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할 네 가지입니다.
아는 척하지 말라. - 교회 안에서 늘 주의해야 할 일 중의 하나도 “아는 척”하지 않는 것입니다. 회의를 할 때에도 중요한 안건일수록 단정적으로 주장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단정적으로 말하면, 다른 의견을 말하는 사람은 본의 아니게 반대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단지 의견으로 제시하면, 그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부담 없이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일상적인 일뿐만 아니라, 성경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못하거나 여러 상황에 대해 영적인 해석을 하지 못하는 일에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모르는 일에 대해서는 겸손하게 모른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진 척하지 말라. - 교회 공동체는 문턱이 없어서 누구나 들어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교회 공동체에는 나이, 출신 지역, 경제력, 학력, 사회적 지위 등 다양한 차이를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게 됩니다. 그런데 특히 요즈음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분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 공동체에도 이와 같은 문화가 그대로 흘러들어오기 쉽습니다. 제가 담임목사로 있을 때에, 성도들이 기증한 물품에 대해서 기증자를 밝히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었고, 누가 얼마를 헌금하고 있는지 모르고, 알려고 하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따로 소개하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잘난 척하지 말라. - 세상은 사람을 채용할 때에 주로 학력이나 경력을 따집니다.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세상의 주된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스펙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교회에서 따진다면 교회 공동체는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은 효율을 주로 따지지만, 교회는 효율이 아니라 효과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공동체입니다. 그러므로 교회에 처음 오신 분들이 목장을 선택할 때에 목자의 사회적인 지위 등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목자의 나이는 알려줄 필요가 있고, 거리가 너무 멀지 않도록 거주 지역, 공통관심사가 많도록 직업, 서로 재미있게 어울릴 수 있도록 자녀들의 나이 정도만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있는 척하지 말라. - 사람들은 은연중에 자기 자랑을 하는 버릇들이 있습니다. 친구나 친척 중에 사회적으로 그럴듯해 보이는 사람을 내세우기도 하는데, 자신을 별볼 일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그러는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 안에 있는 비교의식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비교의식은 가는 곳마다 공동체를 흔들어 놓습니다. 남들과 비교하며 내가 낫다고 생각하면 우월감이, 내가 못하다고 생각하면 열등감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우월감이나 열등감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이 절대로 아닙니다. 하나님은 각 사람에게 적합한 달란트를 주셔서 그 달란트를 착하고 충성되게 사용하기를 원하십니다. 특히 교회에서는 아는 척, 가진 척, 잘난 척, 있는 척하지 말고, 각자가 받은 재능과 은사를 잘 발휘해서 다른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일에 아름답게 드려져야 합니다. 교회 안의 성도들이나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모습은 다툼이나 허영이 아니라, 오직 사랑과 섬김입니다.
- 한국가사원원장 이경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