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러움
교회창립 주일과 안수식을 준비하다 보니 우리의 가치나 좌우명이 마치 ‘진리’인 것처럼 굳어진 우리의 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수관 목사님의 글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어 올렸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나의 좌우명처럼 굳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 가운데 하나가 고집스러움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흔히 ‘사람은 줏대가 있어야 한다.’, ‘우유부단하면 안 된다.’라는 말을 듣기에 고집스러움을 덕스러운 것으로 생각할 때가 많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물론, 사람이 자기 생각이 없어서 갈피를 못 잡고 이 사람 말에 이렇게 움직이는 그런 우유부단함은 곤란하겠지만 그 못지않게 곤란한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집스러움입니다. 왜냐하면 고집스러움은 변화를 거부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입니다(이수관 원장님의 말에 담임목사로서 한가지 추론을 한다면 우리의 가치나 고집스러움이 아무리 옳고 신실하다 해도, 분명한 것은 ‘진리’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가 필요한 존재들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온 나쁜 생각과 습관이 있고, 그런 것은 대부분 내가 철없던 시절에 체득한 고정관념들에 의해서 만들어온 것입니다. 따라서 좋은 가르침과 선한 영향력을 받으며 끊임없이 나의 잘못된 생각을 교정해 나가고 자신을 변화시켜 나갈 때 좋은 어른이 되어갑니다. 그러려면 우리는 마음을 열고 나와 다른 것을 들어보고 필요할 때는 받아들이는 열린 성향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집스러운 사람은 그 자리에까지 가지 못합니다. 나도 알아! 싫어! 라는 몇 마디로 묵살해 버리기가 십상입니다. 그래서 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장 멀리해야 하는 성향 가운데 하나가 고집스러움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예수님도 그런 성향을, 마음이 굳어졌다 혹은 완악하다는 (영어로는 Hardness of heart) 말로 질타하십니다.
교회에 오면 나의 생각과 다른 것들이 많이 발견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금요일마다 집에서 목장 모임을 가진다는 사실도 얼핏 우리의 기존 생각과는 저항이 생기는 부분입니다. 이 바쁜 세상에? 내 집에 사람들을 들인다고?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결국 내가 상처를 받을 텐데? 이런 모든 생각들이 사실은 나의 잘못된 고정관념일 수 있습니다. 그러다 어려운 일이라도 생기면 마음을 나눌 곳이 없고, 함께 있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게 말년이 되면 쓸쓸하게 지내다가 장례식에서 나를 회고해 줄 사람 하나 없이 가족들만 몇 앉아있는 썰렁한 식장으로 끝나는 인생이 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인생이 있습니다. 살아가는 이유가 있고, 의미가 있어 행복하고, 늘 주변에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때로는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며 가족처럼 살아갑니다. 자녀들도 많은 친구들과 가족 안에서 서로 수용하는 환경 속에서 자랄 때, 건강한 자아상을 가지며 자랍니다. 그래서 그런 풍성한 삶으로 오려면 고집스러움을 버려야 합니다.
- 국제가사원장 이수관 목사
그림출처: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