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병들고, 죽고
목자님 가운데 지금은 천국 가신 신정운 목자님이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카센터를 운영하면서 주변의 사람들을 많이 섬기셨고, 그분의 목장에는 늘 열매가 많았습니다. 휴스턴에 오래 사신 분들 가운데 그분이 변한 것을 보고 교회에 다녀 볼 생각을 했다는 분들이 자주 있었습니다. 이분이 2018년에 한국에 잠깐 다니러 갔다가 갑작스럽게 쓰러져 응급실에 가셨고, 폐렴 증세를 겪다가 미국에 돌아오지도 못하고 당시 72세의 나이로 돌아가셨습니다. 남편을 너무나 의지했던 목녀님은 남편이 돌아가시자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셨고 1년간을 힘들어하시다 급속히 건강을 잃고 다음 해 67세의 나이로 돌아가셨습니다.
그것을 보고 당시 많은 분이 너무 안 됐다, 불쌍하다, 열심히 섬겼는데. 그래 봐야 별수 없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습니다. 장례 예배 중 말씀을 전하는 자리에서 제가 그런 말씀을 전했습니다. ‘이 죽음은 절대로 불쌍한 죽음이 아닙니다. 열심히 하나님을 섬기다가 하나님께로 돌아간 영광스러운 죽음입니다. 절대 불쌍하다 또는 안 됐다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최근에 한국에서 연로한 부모님을 뵙고 온 목자님이 그 소회를 목회 일기에 남겼는데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아버님이 이제는 90이 넘으셔서 어린아이 같다. 한때는 너무나 교회를 사랑하는 분이셨는데, 이제는 주일날 교회에 가야 한다는 사실도 모르신다. 참 인생이 허무하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댓글을 달았습니다. ‘목자님, 한때 교회를 너무나 사랑하신 분이라면 그분의 연로함은 허무한 것이 아니라 영광스러운 것입니다.’
이 세 가지 경우를 볼 때, 우리는 나도 모르게 늙고 병드는 것이 안타깝고, 불쌍하고, 마음 아픈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잘못하면 거기에 더 해서 믿음을 지키고 살았던 것, 열심히 봉사하고 섬겼던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나 하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몹시 비성경적인 생각들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라고 하십니다. 이 말은 하나님이 우리를 보는 눈은 젊을 때도, 늙은 후에도, 심지어는 죽은 후에도 전혀 변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라 산 자의 하나님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22:32). 그렇기에 젊을 때 열심히 섬겼던 분이 늙고 병들고 그래서 힘없이 죽어 감은 불쌍한 것이 아니고 더없이 영광스러운 것입니다.
오늘날은 의술이 발달하다 보니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인간의 힘으로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그러지 못했기에 아쉽고 부끄러운 것으로 여깁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정복하라고 하신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생로병사는 하나님의 섭리이고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신앙의 선배들이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부분을 영광스럽게 보아야 하고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존경을 표해야 합니다.
- 국제가사원원장 이수관 목사-